삶과 죽음, 그리고 가족의 연결 “걸어도 걸어도” 리뷰
줄거리
가나가와현이 배경인 <걸어도 걸어도 歩いても 歩いても> 歩いても>는 요코야마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10년 전 요코야마 집안의 장남 준페이는 우연히 찾아간 바닷가에서 물에 빠진 소년을 구하고 본인은 목숨을 잃습니다. 이후 매년 준페이의 기일이 되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준페이를 추모합니다. 10년이 흐른 현재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부모님은 나이 들었고, 둘째인 준페이의 동생은 부모님 집에 들어와 살려고 하고, 둘째 아들인 료타는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까지 있는 유카리와 결혼했습니다. 준페이가 구해준 소년은 성인이 되었습니다.
아버지 요코하마 쿄헤이는 가족에게는 근엄하고 무뚝뚝한 의사입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체통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이미지의 아버지입니다. 모든 아버지가 그렇듯 장남이 병원을 이어받기를 원했지만, 첫째인 준페이가 사고로 일찍 죽습니다. 이후 둘째인 료타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료타는 그림을 그리겠다면 집을 나갑니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차갑게 얼어붙게 됩니다.
어머니인 요코야마 토시코는 가정적이고 다정한 성격입니다. 하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이 좀 유별난 편입니다. 자식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 자식에게 피해를 준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 남편의 외도를 봤지만, 가정을 지키기 위해 혼자서만 간직한 채 지내는 냉정한 면도 있습니다.
둘째 아들이자 막내인 요코야마 료타는 집을 떠나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결혼 후 가족들을 챙겨야 하는 경제적인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부모님께 내색하기 싫어합니다. 어려서부터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였던 형 준페이에 대한 열등감과 아버지의 일방적인 형에 대한 사랑에 상처받았기 때문입니다.
료타의 누나는 결혼해서 성격 좋은 매형과 1남 1녀를 두고 있습니다. 일찍 죽은 오빠 준페이와 집을 나간 동생 료타 대신에 부모님의 집에 들어와 살 생각을 합니다. 부모님을 모신다는 의도도 있지만, 집을 물려받을 생각까지 계산하는 철이 없는 사람입니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 歩いても 歩いても> 歩いても>는 준페이의 10주기에 모인 가족들의 심리상태를 과하지 않게 보여줍니다. 아버지 쿄헤이는 여전히 둘째 아들인 료타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료타 역시 그런 아버지의 태도가 못마땅합니다.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하고 사사건건 부딪치게 됩니다.
"형도 살았으면 지금쯤 어떻게 돼 있을지 모르죠. 사람이란 게 다 그래요." - 료타
어머니 토시코는 자기 아들 준페이가 구해준 소년 앞에서는 다정한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참을 수 없는 증오를 감추고 살아가고 있죠.
"저기.. 요시요군 그만 와도 되지 않아요? 인제 그만 부르자고요." -료타
"왜 그래야 해?" -토시코
"왠지 불쌍해 보여요. 우리 보는 거 괴로워하는 것 같고." -료타
"그래서 부르는 거야. 겨우 10년 정도로 잊으면 곤란해. 그 아이 때문에 준페이가 죽었으니까." -토시코
"요시오 군이 죽인 건..." -료타
"그게 그거지. 부모가 볼 땐 똑같아. 증오할 상대가 없는 만큼 괴로움은 더한 거야. 그러니 그 아이한테 1년에 한 번쯤 고통을 준다고 해서 벌 받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내년, 내후년에도 오게 만들 거야." -토시코
준페이의 10주기에 모인 가족들은 불편했던 서로의 속마음을 확인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Point of Review: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자전적 가족 이야기
"걸어도 걸어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08년 작품으로,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가족 간의 관계와 그들이 겪는 감정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봤습니다.
영화는 가족이 불의의 사고로 장남을 잃은 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들의 고통, 그리움, 그리고 우리가 누군가를 잃었을 때 겪는 감정을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세심한 감정 묘사와 잔잔한 연출은 이 영화를 더욱 인상적으로 만듭니다.
또한 영화는 삶과 죽음, 가족 간의 이해와 사랑,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품어나가는지를 다루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오랜 시간 함께 지내온 가족이라도 얼굴을 마주 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지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러한 감정을 공유하고, 우리 자신의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걸어도 걸어도"에서 보여지는 요코하마 가족의 이야기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가족이라는 밀접한 관계 속에서도 복잡한 감정들을 숨기고, 서로에게 완전히 터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서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욱 깊은 연민과 이해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바로 그런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일상의 중심에서 각자의 아픈 부분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위로하고 사랑하려 노력합니다. 이는 결국 우리가 가족을 통해 배우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입니다. 서로의 아픔과 갈등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더욱 솔직하고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우리가 평소에 쉽게 무시하거나 간과하는 가족 간의 복잡한 감정들과 관계를 진지하게 바라보게 만들어, 가족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의 가치를 재확인하게 합니다.
"걸어도 걸어도"의 제목은 인생의 여정과 그것의 지속성을 상징합니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걷는 장면들은 물리적인 움직임 그 자체를 넘어서, 감정적인 변화와 성장,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록 우리가 어떻게든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메타포를 제공합니다.
마주치는 도전과 고통,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우리의 인생을 굴곡진 풍경처럼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의 경로를 계속해서 걸어 나가야 하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통찰과 이해를 얻게 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러한 메시지를 영화 속에 잘 녹여냈습니다. 가족 간의 복잡한 감정과 관계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그 속에서 각자가 겪는 아픔과 변화, 그리고 성장을 상징하는 걷는 장면들을 통해 더욱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걸어도 걸어도"는 인생의 여정을 진솔하게 표현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노랑나비는 삶과 죽음, 그리고 세대 간의 연결을 상징하며, 이것이 가족 내에서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보여줍니다.
토시코가 료타에게 노랑나비 이야기를 해주는 장면은 가족 간의 전통과 기억, 그리고 사랑이 어떻게 세대를 넘어 전달되는지를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장면은 그녀가 아들에게 전달하려는 중요한 가치와 감정을 상징하며, 료타가 이것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것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반복됩니다. 료타가 자기 딸에게 노랑나비 이야기를 해줌으로써, 그가 어머니로부터 받은 가치와 기억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은 삶과 죽음이 결코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는 감독의 메시지를 강조합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가족 간의 사랑과 이해,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서로를 연결하고 지속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가족의 중요성과 그들이 우리 삶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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